가격 경쟁·서방 제재에… 中 전기차 성장률 수직낙하
비야디, 성장률 1년 전 205%에서 올해 24%로
가격 경쟁에 현금 유출, 美·EU 제재도 치명타
非서방 국가서 돌파구… “매출 절반 해외서”
[2024.08.29]
고공행진하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자국 내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무역 제재까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동남아 등 서방 외 글로벌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 28일 비야디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매출이 3011억2700만위안(약 5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에 기록한 성장률(72.7%)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둔화한 것이다. 순이익은 136억3000만위안으로 집계됐는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년 전 상반기 204.7%에서 올해 상반기 24%로 급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야디는 2분기 판매량 기준 혼다와 닛산을 제치고 세계 7위 자동차 제조사가 됐지만, 이 기간 매출은 예상보다 낮았다”라고 했다.
성장세가 둔화한 곳은 리오토도 마찬가지다. 리오토는 비야디와 함께 중국 본토에서 순익을 창출하는 몇 안 되는 전기차 업체로 꼽힌다. 리오토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573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16억9000만위안으로 47.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이 159.3% 늘어나고, 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하면 성장세가 대폭 내려앉은 것이다. 이 외에 샤오펑과 지커, 립모터 등 3개 중국 전기차 제조사 역시 총 429억위안의 손실을 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실적이 내려앉은 데는 먼저 중국 내 치열한 경쟁 환경이 꼽힌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올해 상반기 비야디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가격 전쟁을 시작했고, 월간 판매량을 3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라고 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까지 비야디의 중국 내 누적 판매량은 161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비야디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켰다. 판매판촉비로 유출된 현금이 1년 전보다 81.9% 급증해 전체 순현금흐름(현금 유입량과 현금 유출량 간 차액)이 전년 동기 대비 82.7% 급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거윈 호 부사장은 “강력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국내 경쟁으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침식되고 있다”라고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는 것도 이들의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EU는 현재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6.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두고 중국과 줄다리기 중이다. 이에 앞서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예고했고, 최근엔 캐나다까지 오는 10월부터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관세 적용이 본격화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효과가 선제적으로 작용해 유럽 등 시장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호 부사장은 “이러한 도전 속에서 덩치를 키우려는 욕구가 이들을 해외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라고 했다. 비야디를 보면, 유럽, 우즈베키스탄, 태국 등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여기에 멕시코와 터키, 캄보디아 공장 설립도 준비 중이다. 올해 6월 기준 비야디 전기차는 전 세계 77개 지역에 진출했다. 스텔라 리 비야디 수석 부사장은 “앞으로 비야디의 매출 절반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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