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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지 않은 홍콩]②총성 없는 글로벌 기술 전쟁서 ‘홍콩의 실리콘밸리’ 꿈꾸는 사이버포트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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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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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평의 단지에 2000개 스타트업 모여있는 홍콩의 혁신단지

입주 기업 선정 기준은 인종·학별·국적 아닌 기술력 단 하나

[2024.09.23]

한때 아시아의 금융·경제 허브(hub)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누려왔던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이후 빚어진 중국 본토와의 정치적 갈등 때문에 외국 자본이 줄줄이 홍콩을 이탈하면서 국제 사회에선 머지않아 싱가포르가 홍콩 대신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다소 이르거나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 조선비즈는 다양한 현장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홍콩의 객관적인 현 위상과 내일에 대해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인공지능(AI)부터 반도체, 배터리 등 쏟아지는 혁신 기술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국력이다. 미국의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만 봐도 전세계는 기술 전쟁이 한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세계 유망 스타트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홍콩에도 아이디어가 넘치는 실리콘밸리가 있다. 홍콩섬의 서남쪽 끝에 위치한 사이버포트다.

 

지난 13일 오전 9시쯤 찾은 사이버포트는 택시 기사와 함께 헤맬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연면적 약 2만평에 여러개의 건물과 구조물로 나뉘어진 거대한 비즈니스 파크에서 ‘포트 3동, 코어 F’를 찾아가는 일은 처음 방문하는 기자에게 쉽지 않은 과제였다. 더욱이 부지 한쪽에서는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사이버포트 관계자에게 따르면 현재 확장 작업이 진행 중이며 2025년 쯤 공사가 완료되면 지금보다 더 넓어질 예정이다.

 

홍콩 사이버포트 전경./사이버포트 제공

 

◇웹3, 메타버스 등 신기술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창업단지 사이버포트

 

홍콩 사이버포트는 명실상부 홍콩 기술력의 산실이다. 올해 기준 사이버포트에 입주 중인 기업과 스타트업은 약 2000곳, 2004년 운영을 시작한 이래 거쳐간 기업들은 수를 세기 어렵다. 사이버포트는 일종의 기술산업 단지로서 홍콩의 디지털 산업을 위한 기술 기업들이 모여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장소와 재원, 컨설팅 등 다양한 부분을 지원한다. 대표적으로는 온라인 물류 스타트업인 고고엑스와 여행 스타트업인 클룩 등이 사이버포트 출신이며, 사이버포트는 지금까지 1개의 상장사와 8개의 유니콘을 배출했다. 또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2개의 가상은행과 3개의 가상 보험사, 가상 자산 플랫폼 등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관계자와 함께 둘러본 사이버포트는 굉장히 잘 꾸며진 미래 도시 같았다. 사이버포트는 크게 네 개의 사무건물과 한 곳의 호텔, 리테일 엔터테인먼트 단지로 구분되는데 각각의 사무건물에는 스타트업들이 사용하는 사무실과 여러 개의 미팅 공간, 여러명이 모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방된 회의실과 블라인드가 쳐진 회의실 등 목적과 인원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무공간들이 있다. 또한 한층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편의점이 모여있어 입주한 기업들은 도심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없이 숙식을 사이버포트 단지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스타트업들의 신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관계자의 인도에 따라 들어가본 웹3 리빙랩에서는 다가올 웹3 기술들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가상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스캐너의 빛이 쏟아지는 기구 안에 들어가면 360도 촬영을 통해 자동으로 동일한 모습의 미니 피규어를 찍어내는 체험이나 웹3로 구축된 미래 도시 교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스타트업들이 내놓은 새로운 제품들을 직접 착용해보고 시험해볼 수 있는 아케이드 공간도 있다. 여기서는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웨어러블 기기들, 햇빛 없이 자라는 스마트팜의 식물 등 조금 더 친숙한 기술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도심에서 사이버포트까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홍콩섬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홍콩의 센트럴 MTR역을 기준으로 사이버포트 정문까지 차량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때문에 굳이 사이버포트에서 지내지 않고 출퇴근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이버포트는 홍콩 주요 역에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있어 편하게 출퇴근이 가능하다. 에이미 청 사이버포트 매니저는 “사이버포트 입주사가 되면 이 모든 서비스를 공짜로 누릴 수 있다”며 “스타트업들이 오직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을 하는 곳이 사이버포트”라고 했다.

 

사이버포트 내 웹3 체험관./민서연 기자

 

◇“기술만 보여봐라, 돈은 다 대줄게”...사이버포트 지원자 매년 넘쳐

 

사이버포트의 입주사로 선정이 되면 2년간 사이버포트 인큐베이션 프로그램(CIP)을 거친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컨설팅이나 멘토링, 네트워킹, 시설 등 다양한 창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2년 동안 단계 별로 지급되어 총 110만 홍콩달러(약 1억9000만원)를 받을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여러 스타트업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다. 프로그램 졸업 뒤에도 상장 지원 등 다른 형태로 지원이 이어진다.

 

사이버포트의 핵심은 자금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사이버포트 매크로 펀드(CMF)는 지금까지 28개의 프로젝트에 대해 공동 투자금액 총 19억4000만 홍콩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했다. 직접 투자 외에도 사이버포트는 사이버포트 투자자 네트워크(CIN)를 통해 전세계 170개 이상의 투자사를 연결해 선정된 입주사를 추천하고 투자 매칭을 돕는다. 이같은 매칭을 통해 조달된 금액은 지난해 기준 20억9000만 홍콩달러(약 3600억원)다.

 

이렇게 다양한 혜택이 있다보니 사이버포트는 늘 지원자가 넘쳐난다. 당연히 홍콩과 중국에서 들어오려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지만, 해외 스타트업의 문의와 지원도 끊이지 않으며 한국 출신의 스타트업도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450개의 회사가 사이버포트에 입주했으며 이중 15%는 해외 출신, 이 중 한국 출신 스타트업은 5개 정도다. 현재 사이버포트에 입주해있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27%가 26개의 지역과 국가에서 왔다는 게 사이버포트 측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입주자 선정 과정은 어떻게 될까. 선정 기준은 정말 단순하면서도 어렵다. 사이버포트는 출신, 학력, 지역, 심지어는 법인 설립 여부도 보지 않는 대신 기술 아이디어에 집중한다. 지원자는 기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인터뷰와 발표를 진행하고 사이버포트 심사위원단은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기술력과 사업성, 확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발한다.

 

이 과정이 짧게는 한두달, 길게는 1년까지도 갈 수 있어서 상당히 까다롭다. 신디 펑 사이버포트 매니저는 “어떤 기반도 없지만 기술 아이디어만 괜찮은 지원자들을 발굴해내기 위해 초기에는 회사 설립이 되지 않은 상태여도 지원할 수 있다”며 “기술만 괜찮다면 나머지 부차적인 부분은 사이버포트가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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