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자물가, 시장 전망치 하회… 짙어지는 디플레 그림자
[2024.09.09]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에 불이 붙었다. 소비 부진으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좀처럼 1%대를 넘지 못하면서 올해 중국 정부가 목표한 5% 안팎 성장률도 위협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물가 하락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금리 인하 등 조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 상승폭(0.5%)보다 0.1%포인트 확대된 것은 물론, 지난 2월(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시장 전망치(0.7%)에는 미치지 못했다.
중국 월간 CPI 상승률은 지난해 9월 0.0%를 기록한 이후 올해 1월 -0.8%까지 미끄러졌다. 2월 반등했다가 3월 0.1%로 고꾸라진 후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2월(1.0%) 이후 18월째 1%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공장 출고가로 CPI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생산자물가(PPI) 역시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8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1.8% 하락해 전월(-0.8%) 낙폭보다 확대됐고, 시장 전망치(-1.5%) 역시 하회했다. 이로써 PPI는 2016년 이후 최장 기간인 2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3월(-2.8%) 이후 조금씩 낙폭을 줄여오고 있었는데, 이 흐름 역시 깨졌다.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이전까지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인하던 중국 정부도 자세를 바꿨다. 지난 6일 이강 전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한 금융 포럼에서 “지금은 디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며 “내수 수요, 특히 소비와 투자 측면에서 취약한 문제를 안고 있고, 적극적 재정 정책과 완화적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저명한 인물이 물가 하락과의 싸움을 인정한 드문 사례”라고 전했다.
디플레이션 우려는 중국 전체 경제성장률을 주저앉힐 수 있다. 물가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인데, 소비 심리가 이렇게 얼어붙으면 수익성이 떨어진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미루고 직원 임금을 삭감한다. 이는 결국 더 큰 소비 위축을 불러와 올해 중국 정부가 목표한 ‘5% 안팎’ 성장률 달성 가능성을 낮출 수밖에 없다. 중국 성장률이 1분기 5.3%에서 2분기 4.7%로 둔화한 것도 소비 부진 영향이 컸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바꿀 때 보조금을 주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실시 중이다. 하지만 좀처럼 내수 진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앙은행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중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물의 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0.8%포인트 낮출 것이란 소문이 시장에 돌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7월 LPR을 전격적으로 0.1%포인트 낮춘 데 이어 약 1년간 동결 기조를 이어오던 단기 정책 금리도 인하한 바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시장 유동성 공급 기구인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역시 지속 거론되고 있다. 쩌우란 중국인민은행 화폐정책사장(통화정책국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금융기관 평균 법정 예금 준비율이 대략 7%로 여전히 여유(인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분석가들은 이번 달 금리가 추가로 인하되고, 지급준비율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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