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동절 성적표 뜯어보니… 3억명 관광에도 '짠물 소비'는 여전
5일간 노동절 연휴, 국내 관광객 3억명
1인당 지출액은 코로나 이전보다 낮아
물가 저렴한 소도시·일본에 수요 집중
"부동산·일자리 침체, 소비 심리 억압
[2024.05.07]
닷새간 이어진 중국의 노동절 황금연휴(5월 1~5일) 소비 성적표가 나왔다. 국내 여행객은 3억명에 달했고, 전체 관광 지출도 3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1인당 지출액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못 미치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관광지로 인파가 몰려 중국인들의 지갑 사정이 여전히 팍팍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중국 내수 회복세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중국 문화여유부는 이번 노동절 연휴에 국내 관광객이 2억950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노동절 연휴보다 28.2% 증가한 수치다. 국내 관광 수입도 1668억9000만위안(약 31조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2019년 대비 13.5% 각각 증가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노동절 연휴의 눈부신 데이터는 문화·관광 소비가 효과적으로 분출돼 휴일 경제가 지속적으로 가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각 지표를 뜯어보면 ‘짠물 소비’ 경향이 여전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인들이 쓴 돈은 1인당 565.73위안(약 10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540.35위안)보다 4.7% 늘었지만 2019년(603.44위안)보다는 6.2% 줄었다. 특히 올해 노동절 연휴는 2019년보다 하루 길어 돈 쓸 시간이 더 많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롤랜드버거의 컨설턴트 조나단 옌은 “중국인들은 이전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지 않고 있다”며 “트레이딩 다운(저렴한 제품 구매)을 하며 여행하고 있다”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인기 여행지로 중국 내 소도시가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에 따르면, 현급 도시(시의 가장 작은 단위)의 여행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0% 급증했다. 이들 지역 명승지 티켓 구매량은 151%, 호텔 예약은 68% 증가했다. 린환제 중국 테마파크 연구소장은 “소득 기대치가 여전히 낮다보니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새롭고 저렴한 도시로 여행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전했다.
일본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대거 몰린 것도 중국인들의 팍팍한 지갑 사정이 반영됐다. 중국 길상항공은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일본 노선 승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휴 직전까지 씨트립, 퉁청여유 등 여행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해외 목적지도 일본이 차지했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990년 이후 34년 만의 최고치(엔화 약세)를 기록 중이라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하게 일본 여행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결국 중국 내수 회복세가 여전히 시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각종 지표는 둔화하고 있다. 서비스업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4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선(50)을 겨우 넘긴 50.3으로 전월(52.4) 대비 떨어졌고,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내수 경기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소매판매 증가율 역시 2월 5.5%에서 3월 3.1%로 낮아졌다. CNN은 “중국은 가계 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소비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라며 “경기 침체, 일자리 전망 악화 역시 지출을 줄이는 요인”이라고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