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 메가시티 ‘징진지’ 추진 10년… ‘사통팔달’ 공항 중심으로 산업 육성 박차
베이징·톈진·상하이 ‘징진지’ 정책 10년
‘사통팔달’ 다싱공항 중심 경제구 설치
물류·서비스·첨단기술 특화 혜택 제공
지역 경제 2배 성장…코로나에 주춤
[2024.05.02]
지난 29일 오전, 베이징 다싱국제공항 종합보세구역 입구. 14차선에 걸쳐있는 붉은색의 거대한 게이트가 반기는 이곳은 중국 내 유일한 성(省)급 행정구역 경계선에 세워진 특별 세관 구역이다. 베이징과 허베이성에 걸쳐 형성돼 있는데, 면적이 여의도(2.9㎢)의 1.5배인 4.35㎢에 달한다. 관계자는 “이곳은 중국이 세계로 가는 관문”이라며 “베이징이 제공하는 세금 혜택을 모두 누리는 동시에, 허베이의 저렴한 인프라까지 이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종합보세구역은 외국에서 들어온 화물을 수입 신고를 하지 않고 검사와 제조, 가공, 전시,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다싱 종합보세구역은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성)’ 산업 발전의 핵심 축이다. 먼저 전자상거래 기업들에겐 파격적으로 간소화한 통관 모델을 제공하며 배송 속도를 크게 높여줬다. 이에 올해 이곳을 통과해 나가는 전자상거래 화물만 1만5000톤(t), 그 가치는 50억위안(약 9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자는 “여기에 바이오 등 첨단기술 기업에겐 수입 가능한 원료와 기기 품목을 크게 열어줘 공급망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기업 입주 수요가 매우 큰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표 메가시티 프로젝트인 ‘징진지 일체화’ 정책이 추진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베이징, 톈진, 허베이 세 지역을 다 합하면 한국 전체 국토 면적의 2배가 넘는 22만㎢에 달하는데, 이를 하나로 묶어 교통망을 확대하고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산업을 연결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은 앞으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정체된 이곳 지역 발전 속도를 크게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먼저 교통 네트워크 일체화 부문에서는 다싱 공항이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은 포화 상태에 달한 베이징 서우두 공항의 수요를 분산하고, 징진지 균형 발전을 위해 2019년 다싱 공항을 열었다. 허베이 슝안신구까지 19분, 베이징 서역까지 28분, 톈진까지 38분 소요돼 징진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다싱 공항 관계자는 “현재 연간 7200만명의 승객과 200만톤(t)의 화물, 62만회의 비행기가 이착륙하고 있는데, 2040년까지 이를 승객 1억명, 화물 400만t, 비행기 이착륙 88만회까지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공뿐만 아니라 육로 교통 역시 세 지역은 1~1.5시간 교통권을 형성했다는 것이 중국 측 설명이다.
다싱 공항을 기점으로 중국은 세 지역 간 산업 연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항 근처에 항공물류 중심의 종합보세구·자유무역시범구와 서비스 산업 중심의 자유무역시범구를 두고 관련 기업을 한 데 모으는 것이다. 여기에 첨단기술혁신구를 추가, 세 곳을 ‘임공(臨空)경제구(공항 인프라에 인접·집적된 관련 산업 경제구역)’로 묶었다. 관계자는 “입주 기업들은 세 혜택은 물론 정책 보조금, 금융 지원, 토지 등 인프라를 보장받을 수 있다’며 “지난해 9월 말까지 임공경제구에 투입된 자금만 1814억위안이고, 이곳에서 나온 세수는 35억7500만위안”이라고 밝혔다. 임공경제구 입주 기업은 1만개에 달하고, 해당 지역 기술 계약 거래액은 2800억위안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실제 종합보세구에 입주해 있는 중국 최대 와인 기업간거래(B2B) 플랫폼 와주그룹은 징진지 일체화 정책 덕에 공급망이 크게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와주그룹 관계자는 “3만6000㎡ 규모인 이 창고에 500만병 정도가 보관돼 있다”며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 주류 업체와 협력하고 있고, 신속한 통관 처리를 통해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주그룹은 같은 곳에 입주해 있는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그룹과 협업을 통해 소매 판매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산업 발전으로 징진지의 현재 경제 규모는 10년 전보다 1.9배 성장한 10조4000억위안까지 불어났다. 다만 최근 발전 속도가 이전만 같지 못하다는 것은 중국 측도 인정하고 있다. 다싱 종합보세구역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이곳의 발전은 실제로 느려졌다”면서도 “다만 봉쇄 종료 이후 우리는 점점 더 많은 회사가 이곳에 입주하거나, 통관 검사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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