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서 對중국 전선 균열 찾는 시진핑… 프랑스와 무역 갈등 공감대

시진핑 “中, 고품질 프랑스 제품 수입 희망”

마크롱 “중국에 대한 시장 개방 유지할 것”

우크라 문제에선 신경전…"中 위기 조성자 아냐"

[2024.05.07]

5년 만에 유럽 순방길에 오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무역 갈등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유럽연합(EU)의 단일대오에 균열을 내고,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에 맞설 수 있는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도가 통할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EU간 무역 갈등에 대해 “무역 문제의 정치화, 이데올로기화, 범 세계화에 반대한다”라며 “(양자가 서로) 경제, 무역 협력의 핵심 파트너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은 상호 이익을 옹호하고, 디커플링(공급망 배제)과 산업 및 공급망 교란 행위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라고 했다. “중국은 더 많은 고품질 프랑스 제품을 수입하고 ‘프랑스 농장에서 중국 식탁까지’라는 메커니즘을 촉진하길 희망한다”라며 “프랑스가 더 많은 첨단 및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무역 갈등은 EU가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맞춰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문제 삼는 것을 말한다.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EU가 지난해 10월부터 반(反)보조금 조사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프랑스 저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국산 전기차에 시장을 뺏기고 있다며 EU 조사를 환영하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EU의 무역 정책은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중국에 더 많은 농산물을 수출하기를 원하고, 중국에 대한 시장 개방을 유지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첨단 기술 기업을 포함해 더 많은 중국 기업이 프랑스에 투자하고 협력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중국과 프랑스 양국이 마찰을 빚던 ‘코냑’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찾았다.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프랑스 코냑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세금이나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EU가 원산지인 수입 브랜디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는데, 코냑 등 프랑스산 브랜디가 주요 타깃이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코냑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열린 태도에 감사하다”고 직접 언급했다.

시 주석의 이번 유럽 방문은 EU의 중국 견제를 위한 단일 대오를 흔들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의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함께한 것도 유럽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세부 사안에 대해선 유럽 국가별로 입장차가 갈리는 데다, 당장 마크롱 대통령과 일부 무역 문제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EU의 대중(對中) 전선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전 세계 수요를 뛰어넘는 과잉 생산을 하고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과 달리 비판 수위를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남은 순방 기간 “분열의 씨를 뿌릴 기회를 많이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유럽과 중국 양측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자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조성하지도 않았고, 당사자도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제3국을 비방하거나 ‘신냉전’을 부추기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올 여름 파리 올림픽 기간 휴전해야 한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에는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한편 시 주석이 유럽을 방문한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5일에 프랑스에 도착한 그는 7일 마크롱 대통령이 유년기 자주 방문한 피레네 산맥을 끝으로 프랑스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후 세르비아와 헝가리까지 방문한 뒤 10일 중국에 돌아올 예정이다. 안보라인 수장이자 공식 서열 5위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이 외교부장(장관)이 동행 중이다.

[출처 :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