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돈 좀 써달라"… 中 상하이, '950억' 소비 쿠폰 살포
中 상하이, 950억원 규모 소비 쿠폰 발행
국경절·연말 회식·숙박·영화 등에서 사용
베이징 등 다른 주요 도시 동참 가능성
“재원 불충분, 효과 떨어져” 반대 목소리도
[2024.09.26]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가 5억위안(약 950억원) 규모의 소비 쿠폰을 발행한다. 중국은 경기 부진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꽉 닫으면서 하반기 소비 대목 중 하나인 중추절을 이미 날렸다. 이대로면 국경절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하에 상하이가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러한 소비 쿠폰 정책을 통해 내수 회복 기반을 되살려야 한다는 조언이 중국 내부에서도 잇따르고 있어 상하이 외 다른 도시도 합류할지 주목된다.
26일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전날 상하이시 발전개혁위원회는 ‘우리 시 서비스 소비 쿠폰 발행 방안’을 심의하고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식·숙박·영화·스포츠 등 4개 분야에 총 5억위안어치 쿠폰이 배포된다. 상하이는 이달 초에도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가전제품·주택 개조 용품·산업 기계 등을 교체 시 총 40억위안(약 76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새로운 소비 진작책을 내놓은 것이다.
상하이는 이번 쿠폰을 통해 소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소비 쿠폰은 외식에 3억6000만위안, 숙박에 9000만위안, 영화 관람에 3000만위안, 스포츠에 2000만위안이 각각 투입된다. 외식 쿠폰을 보면, ▲300위안 이상 구매 시 50위안 할인 ▲500위안 이상 구매 시 100위안 할인 ▲800위안 이상 구매 시 200위안 할인 ▲1000위안 이상 구매 시 300위안 할인 등 4가지 종류로 나눠 발행된다. 다른 분야 쿠폰 역시 비슷한 형태다. 일정 수준 이상 돈을 써야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쿠폰 발행 시기 역시 소비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때로 선정했다. 1차 배포는 이달 말부터 10월 말까지로, 국경절 황금연휴(10월 1~7일)를 겨냥했다. 이 시기에는 외식과 영화 쿠폰을 더 많이 발행해 소비 열풍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중국은 이달 15~17일 중추절(추석) 연휴에 월병과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등 대목 효과를 보지 못했다. 국경절만큼은 놓치지 않기 위해 이 기간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2차 배포는 전통적 소비 비수기인 11~12월에 이뤄진다. 이때는 숙박과 스포츠 소비 쿠폰에 집중한다. 웨이루 상하이 발전개혁위 수석 경제학자는 “국경절과 국제수입박람회(11월) 등 중요한 시기와 비수기 변화를 고려해 다양한 유형의 쿠폰을 신중하게 배치했다”라고 했다.
상하이가 이러한 쿠폰을 준비한 것은 최근 소비 침체 흐름이 매섭기 때문이다. 상하이 소매판매액은 지난 6월 전년 동기 대비 9.4% 급락했다. 이는 2022년 코로나19로 인해 도시가 두 달간 봉쇄됐던 이후 최저치다. 이후 7~8월에도 6%대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소매 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수치로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경제 지표다. 전국 소매판매액도 2%대 증가에 그쳐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상하이 상황은 이보다도 어려운 것이다.
상하이를 시작으로 베이징 등 다른 주요 도시도 소비 쿠폰 정책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하이 금융법률연구소 푸웨이강 대표는 “(중앙정부의) 친성장·소비 조치 발표 이후 좋은 모멘텀과 심리에 올라타기 위해 중앙정부의 요청에 부응한 것”이라며 “다른 상위권 도시와 주요 지방들도 대규모 쿠폰을 발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조위안(약 190조원) 이상 유동성을 공급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소비 쿠폰 방식은 소비 진작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뤄즈헝 웨카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사람에게 소비 쿠폰 또는 현금 보조금을 발행하는 것은 재원이 충분치도 않고, 부자들에게까지 주는 것은 효과가 없다”라며 “우리는 제한된 자금으로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해야 하고, 실업 대학생, 도시·농촌 저소득층에 대해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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