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수능 ‘가오카오’ 오늘 시작… 역대 최다 1342만명 응시
中 가오카오, 유일한 계층 이동 사다리
응시 인원 늘고 실업률 높아져 경쟁 심화
[2024.06.07]
중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7일 시작됐다. 올해 가오카오엔 역대 최다인 1342만명이 응시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중국 서민들의 유일한 계층 간 이동 사다리인 가오카오의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취업 보증 수표인 명문대 경쟁률도 갈수록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중국 관영 인민일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시작된 가오카오는 지역에 따라 짧게는 이틀, 길게는 나흘간 치러진다. 올해 응시생은 지난해보다 51만명 증가한 1342만명이다. 가오카오 응시생은 2018년 이후 7년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다만 올해 증가폭은 지난해(98만명)에 비해 절반가량 축소됐다.
중국 현지는 가오카오로 들썩이고 있다. 먼저 시험장 주변 호텔 예약이 꽉 찼다. 중국 여행 플랫폼 씨트립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시험장 반경 3km 이내 호텔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학부모들은 가오카오 전날 시험장과 가까운 호텔을 잡아 수험생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중국 명문대를 뜻하는 985·211호 객실은 특히 예약 마감 속도가 빠르다.
중국 곳곳 지방에서 ‘스마트 약물’ 주의보가 내려진 것도 가오카오 열기를 대변한다. 스마트 약물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주장하는 약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페타민 등 중국 내에서 1급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스마트 약물로 둔갑한 것이다. 중국 공안은 “기억력 향상 의약품을 허가한 적이 없다”며 부작용과 중독을 경고하고 있지만, 스마트 약물 거래는 가오카오를 앞두고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중국 가오카오 열기가 이렇게 뜨거운 것은 대입 문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년제 대학 정원은 450만명으로, 입학률이 33.3%에 불과하다. 지난해 37.7%보다 낮아진 것으로, 응시생 10명 중 3명만 진학할 수 있는 셈이다. 전문대까지 합하면 입학률은 80% 안팎으로 오르지만, 이마저도 2021년(92.9%)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명문대 진학은 더 바늘구멍이다. 중국 상위 100여개 대학의 입학 정원은 60만명으로, 전체 응시생의 4.4%만 들어갈 수 있다.
가오카오는 중국에서 서민들의 사실상 유일한 계층 이동 사다리로 꼽힌다. 좋은 일자리와 높은 지위는 혁명가·고위 관료·부유층의 후손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남은 자리를 두고 평범한 가정 출신들이 경쟁해야 하는데, 좋은 대학을 나올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중국 경기 부진으로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가오카오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 지난 4월 중국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4.7%로 집계됐다. 전체 실업률(5.0%)보다 세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졸업생구직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졸업생 4명 중 1명은 취업을 위해 15번 이상 면접을 봤다고 답했다.
가오카오 경쟁이 과열되자 중국 교육 당국은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첨단 장비를 도입했다. 올해 베이징에는 105개의 시험장이 마련됐는데, 이들 시험장 입구엔 모두 보안 검사대가 설치됐다. 휴대전화는 물론 스마트 안경과 스마트 시계, 블루투스 이어폰 등 전자기기를 모두 걸러낼 수 있다. 각 시험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는데, 이 CCTV는 머리를 돌리거나 몸을 굽혀 물건을 집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수험생을 잡아내 바로 관리자에게 통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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