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 살리려 정책 보따리 풀지만… 부동산 해결 전엔 ‘백약이 무효’
인민은행,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 예고
국무원도 11개 서비스업 소비 지원책 발표
소비 부진, 근본 원인 ‘부동산’해결이 우선
[2024.08.06]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의 최대 장애물로 떠오른 소비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통화당국은 정책의 초점을 소비 촉진에 맞추고 각종 통화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재정당국은 서비스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소비 부진의 근본 원인인 부동산 침체를 뿌리뽑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 한 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일 ‘2024년 하반기 업무회의’를 열고 ‘온건한 통화정책의 지속 시행’을 하반기 첫 번째 핵심 업무로 선정했다. 인민은행은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서민 생활과 소비 촉진에 더욱 중점을 두겠다”라며 “합리적이고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종합적으로 사용하고, 경제 성장률 목표와 물가 수준에 맞춰 사회 자금 조달 및 통화 공급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비용, 즉 이자를 꾸준히 줄이는 조치도 취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 민성은행의 원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미 정해져 중국의 통화정책 공간이 넓어질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가 시행될 수 있다”라고 했다. 지준율은 은행이 유치한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자금 비율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은행이 시중에 풀 자금이 늘어 유동성 공급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지준율 인하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대표적인 통화 완화 수단으로 꼽힌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 그만큼 소비는 활성화된다.
인민은행은 올해 들어 꾸준하게 시장에 돈을 공급해 왔다. 1분기에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췄고, 농업·중소기업을 위한 재대출 금리도 0.25%포인트 인하했다. 재대출은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주는 신용 대출로, 특정 대상에게만 대출해 주도록 지정한다. 2분기에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연관된 5년물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고, 기술혁신을 위한 재대출도 3000억위안(약 57조원) 규모로 실시했다. 3분기에는 LPR 5년물에 일반대출 기준인 1년물까지 동시에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수요를 살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중국 지도부의 위기감이 인민은행의 행동을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6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진행된 당외 인사 좌담회에서 “현재 외부의 환경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증가하고, 국내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주요 분야의 위험은 여전히 많은 데다 새 성장동력 전환엔 통증이 있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폐막한 3중전회에서도 ‘유효 수요 부족’이 중국 경제 회복의 장애물로 꼽혔다. 실제 지난 2분기 중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5분기 만에 가장 낮은 4.7%를 기록했는데, 6월 소매판매가 17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은 영향이 컸다.
중국 정부는 재정 측면에서도 소비 진작책을 내놨다. 지난 3일 국무원은 ‘서비스 소비의 고품질 발전 촉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요식·관광·의료·양로 등 11개 분야에서 20개 핵심 과제를 지정한 것이 골자다. 해당 분야 자격을 갖춘 중소기업에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영유아·아동·노인 돌봄 비용과 교육 비용 등을 상쇄하기 위해 개인소득세 공제를 추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중국 화시증권은 “이번 문건은 서비스업 소비를 적극적으로 진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소비가 빠르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침체라는 근본 원인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소비 지출은 부동산 침체의 영향을 계속 받고 있다”라며 “새 주택 구매와 함께하는 모든 구매(가구, 가전 등) 뿐만 아니라 심리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침체를 억제하면 지방정부 지출과 소비 지연을 줄여 광범위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부동산을 살릴 수 있는 대규모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는 조언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1조달러(약 1359조원) 규모의 부동산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중국 측에 권고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중국 부동산 가격과 거래가 계속 둔화하고 있다며 “올해 성장 목표인 ‘5% 안팎’을 달성하려면 재정 및 주택 부문에서 더 많은 수요 촉진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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