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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공들인 美 뒷마당, 뺏길 수 없다… ‘부정선거 의혹’ 마두로에 힘 싣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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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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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선 부정선거 의혹 증폭

中 “마두로 순조롭게 이겨 연임 축하”

[2024.07.31]

베네수엘라에서 현 좌파 정권을 이끌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62)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조작해 3선에 성공했다는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국이 마두로에게 힘을 실어줘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마두로는 경제 위기로 허덕일 때마다 중국에 손을 벌렸고,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에 우군을 심어놓기 위해 마두로를 적극 지원해 왔다. 중국으로선 ‘반미(反美) 정권’ 유지를 바랄 수밖에 없어 마두로에 대한 지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야권은 지난 28일 진행된 대선에서 73.2%의 득표율을 기록해 실제 승리한 것은 자신들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마두로 51.2%, 야권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44%로 마두로가 이겼다고 발표한 것과 정반대다. 야권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전 여론 조사에 출구 조사 결과까지 야권 후보가 상당한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왔는데 실제 결과는 달랐던 데다, 투·개표 과정도 불공정·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등 서방은 물론 좌파 국가들 역시 이번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전날 “마두로 대통령이 순조롭게 선거에서 이겨 연임한 것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국제사회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의 기틀을 다진 군부 출신 우고 차베스가 2013년 재임 중 암으로 사망하자 그 뒤를 이은 인물인데, 첫 선거는 물론 2018년 4월 재선에 성공했을 때도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다. 특히 2018년 선거는 최악의 부정선거라며 서방 국가들이 그를 국가원수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중국은 마두로 정권을 옹호했다.

 

◇ 中, 美 견제 위해 마두로 ‘구원투수’ 역할

 

중국은 마두로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올해로 수교 50주년이 되는 양국은 마두로 등장 직후인 2014년 ‘포괄적 전략 협력자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고, 지난해에는 이를 ‘전천후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중국이 전천후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국가는 베네수엘라를 포함해 6개국에 불과하다.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해도 양국의 정치적·경제적 관계는 변함이 없고, 안보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12년째 함께 각 국가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두로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에 한 번씩 대면하며 관계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들 관계는 서로의 이해가 작용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에 침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차베스 시절부터 베네수엘라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2009년 120억달러(약 16조63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정을 체결하고 베네수엘라에 첫 휴대폰 공장을 지어줬고, 이후 중국 통신업체들이 베네수엘라에 대거 진출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철도 기업 지분을 획득하고, 베네수엘라 광산 채굴에도 나섰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를 장악해 미국이 양국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마두로 역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인 원유 보유국이지만 좌파 포퓰리즘로 나라 곳간이 거덜 난 상태다. 특히 마두로는 악화된 국가 경제를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데, 위기 때마다 시진핑에게 손을 벌렸다. 2015년 1월 베이징을 방문해 200억달러 차관을 받아왔고, 같은 해 9월에 또다시 찾아가 50억달러를 추가로 빌렸다. 2018년, 2020년에도 마두로는 직접 중국의 투자 확대를 호소했다.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길바닥에 놓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포스터를 밟고 지나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8일 치러진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발표했지만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권은 불복을 선언했다./연합뉴스
29일 (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사위대가 길바닥에 놓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포스터를 밟고 지나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8일 치러진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발표했지만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권은 불복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실제 미국 윌리엄앤메리대 에이드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중국으로부터 지난해 말 기준 20년간 1130억달러(약 156조5000억원)를 빌렸다. 러시아(1700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원을 받은 국가다. 베네수엘라는 이를 석유로 갚고 있다. 미국 정치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알리 와인 글로벌 거시지정학 수석 분석가는 “석유 가격이 폭락하고 마두로의 경제 관리가 부실해 베네수엘라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약화됐다”라며 “베이징이 베네수엘라와의 경제적 거래에 신중해졌다”라고 했다. 하지만 2018년 중국의 개발도상국 인프라 지원 프로그램인 ‘일대일로(BRI)’에 베네수엘라가 참여하면서 지원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만큼, 마두로 정권을 포기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마두로 정권이 퇴진하면 그 자리를 민주 우파 정권이 대신하게 되고,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큰 위험이다. 이번에 마두로의 승리가 확정되면 2031년까지 6년 더 베네수엘라를 이끌 수 있어 중국은 마두로 지지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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