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립 속도내는 중국, 연내 2세대 HBM 생산 가능성
불 붙은 글로벌 반도체 대전
중국 대표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예상 시점보다 1년 이상 양산을 앞당긴 것으로 최근 미국이 대(對) 중국 수출규제 카드에 HBM을 추가하자 중국도 인공지능(AI) 자급 속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CXMT가 HBM2 생산 단계에 사실상 진입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생산량·수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초 일정인 2026년보다 앞당겨 양산을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BM2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표준화를 주도하고 2016년부터 상업 생산에 성공한 제품이다. 올해 양사는 5세대 HBM3E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 중이며 6세대인 HBM4도 개발 중이다.
중국이 연내 HBM2 시험 생산에 성공한다면 한·중 간 HBM 기술 격차는 최대 10년 수준에서 약 8년 안팎까지 좁혀진다. 업계 관계자는 “CXMT가 최근 베이징과 허페이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고 HBM 생산을 위한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면서 “이를 위한 반도체 장비 수출허가까지 진행 중”이라 말했다.
중국의 HBM 자체 생산은 AI 독립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화웨이가 설계하고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SMIC가 제조하는 AI 반도체 ‘어센드’는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칩 H20 대항마로 꼽힐 만큼 중국의 추격 속도는 빠르다. 양산에 성공하면 화웨이의 주력 AI 반도체인 어센드910B에 CXMT가 생산한 HBM2가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자국에서 만든 AI 가속기와 AI 메모리를 확보함으로써 산업 전반에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중국은 HBM 독립을 위해 CXMT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HBM2 자체 생산에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HBM 수요의 7%를 중국이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칩으로, 중국이 자급자족을 노리는 2·3세대 구형 HBM이 대부분이다.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생산능력이 적은 데다 지난해 중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중국 내 판매가 멈춘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중 제재로 중국 시장에 직접 HBM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엔비디아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HBM 자급 움직임은 또 다른 악재”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현재 HBM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5일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HBM 생산 현장을 점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차세대 제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살펴본 HBM 생산 라인은 최첨단 후공정 설비가 구축된 생산 시설로 SK하이닉스는 이곳에서 지난 3월부터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HBM3E 12단 제품을 올 3분기 양산해 4분기부터 고객에 공급할 계획이며, 6세대 HBM(HBM4)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도 6세대 HBM을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최 회장은 “내년에 6세대 HBM을 조기 상용화해 대한민국의 AI 반도체 리더십을 지키며 국가 경제에 기여해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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