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차이나 : 중국 읽기] 성장 엔진 갈아 끼우기
[2024.04.01]
[한우덕 기자] 작년 한 해 중국은 서방의 ‘피크 차이나(Peak China)’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청년실업, 인구감소 등이 겹치면서 중국 위기론이 퍼졌다. ‘중진국 함정’,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중국이 답을 내놨다.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이 그것. ‘새로운 품질의 생산력’으로 번역된다.
단어 ‘신질생산력’은 지난 3월 5일 양회의 ‘정부 업무 보고’에 등장한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관영 매체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주 보아오(博鰲)포럼의 핵심 주제이기도 했다. 샤오미(小米)의 전기차 발표를 두고 ‘신질생산력의 승리’라는 말도 나온다.
뭘 어쩌자는 걸까.
‘성장 엔진 교체’로 요약된다. 임가공 공장이 아닌 고부가 하이테크 산업에서 경제 성장의 추동력을 끌어내겠다는 뜻이다. 신에너지 자동차, 수소 에너지, 신재료, 상업 항공우주, 양자기술, 생명과학, AI,… 정부 업무 보고에서 제시된 ‘새로운 품질의 생산력’ 항목이다. 그들은 시장의 힘이 아닌 국가 정책으로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나선다.
목표는 ‘중진국 함정’ 탈출이다.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약 1만2000달러. 함정의 경계선이다.
중국 관변 학자들은 성공을 자신한다. AI·양자기술 등 ‘신질생산력’ 분야에서 중국은 추격자(Fast Follower) 단계를 벗어나 기술 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들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미국을 추월한 세계 최고 수준의 AI 논문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한다. 이들 분야는 대부분 초기 성장 단계이기에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정부·기업·학계가 똘똘 뭉쳐 움직이는 중국의 신형거국체제가 더 위력적일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서방 학계는 보다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많은 연구는 정치 민주화, 경제 자유화 없이는 선진국 점프가 어렵다는 걸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한국·싱가포르·대만 등이 이를 증명한다. 중국이 기술 강국이자,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대치하고 있다는 점도 기존 함정 탈출 경로와 다르다.
중국이 성장 엔진을 갈아 끼워 중진국 함정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산업 ‘품질’이 고급화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성공에 가까워질수록 기존 선진국과는 다른 ‘기이한 선진 경제체’가 하나 더 탄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지난 45년 경제 성장이 그랬듯, 중국의 새로운 실험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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